[끄적끄적 생각노트]
-
3. 결혼작사 이혼작곡 - 인기 비결이 뭘까?[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6. 24. 16:17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보게 되었다. 시즌 1을 잠깐 보다가 시즌 3 13화 14화로 뛰어넘으니 같은 캐릭터인데 얼굴들이 많이 바뀌었다. 이 드라마가 말도 안되는 설정과 인간관계, 퇴마와 저승사자까지 나오는 마당에도 이토록 흥할 수 있는 비결을 생각해보았다. 1. 실소가 나온다. 보다보면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팥으로 영혼을 쫓아내는 구마 의식, 반복되는 임신과 유산, 이혼하고도 잘 지내는 전 부인과 현부인 등. '저건 말도 안 돼'를 넘어서서 '이 드라마는 미쳤어'라고 외치게 된다. 남편을 죽이고 치매가 와서 남편 죽인 이야기와 불륜 저지른 이야기를 아들 여자 친구에게 털어놓는 장면은 우습기 그지없다. 그 와중에 예능 자막이라니. 2. 대사 위주의 전개가..
-
2. 다정함의 행방, 아줌마.[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6. 24. 01:20
아줌마는 선생님이야 하루 종일 잿빛이던 하늘에서 주룩주룩 비가 쏟아져 내렸다. 이미 바지 끝단은 다 젖었고 차들은 열심히 와이퍼로 얼굴을 훔쳐내고 있었다. 저편에서 비에 쫄딱 맞은 여자아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아마 비가 많이 오니 데리러 와달라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기다리지 않고 아이는 계속해서 열심히 걸어서 점점 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불쑥 아이에게 우산을 씌웠다.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운 어른일까 걱정할까 봐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몇 학년 예요? 3학년요. 이렇게 쫄딱 맞고 어디 가니? **문구요. 아줌마는 저기 어디 학교 선생님이야~ 우리 반 아이 같아서 가는 길 같이 우산 씌워주고 싶어. 가까이 붙어도 돼. 몇분여를 걷는 동안 아이는 내게 연신 감사합니다를 반복했..
-
1. 비가오니 책을 읽겠어요[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6. 23. 22:17
긴 가뭄으로 힘들어하던 땅에 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세차게. 창틀을 때리며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빨래는 어제 돌릴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중간이 없는 빗줄기가 삶을 닮은 것 같다. 장마와 가뭄 사이에서. 메마름과 축축함 사이에서 따뜻하고 보드라움을 바라며. 자꾸 생각이 뒤엉키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잠식된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면 그만이라고 다독여봐도 뒤를 돌아보게 된다.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봐서는 다시는 에우리디케를 볼 수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뒤를 돌아본 것처럼. 영원히 보지 못할 것을 찾는다는 것은 괴로움이다. 빌려두고 끝까지 읽지 못한 책들이 여기저기 원망스럽게 널려있다. 쉬어가는 동안 충분히 읽으리라 다짐했건만.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며 후배로부터..
-
[글/서평] 외로움에 대하여(김연수 '소설가의 일'을 읽고)[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6. 23. 21:35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가 닿을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가 닿으려고 노력할 때, 그때 우리의 노력은 우리의 영혼에 새로운 문장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건 우리의 노력과는 무관한 일이다. 하지만 이해하느냐 못하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리의 영혼에 어떤 문장이 쓰여지느냐는 것이다. - 김연수 [소설가의 일] 148p 에서 발췌 상대방의 마음에 내가 가 닿기를, 상대가 내 마음에 와닿기를 바라며 의미를 찾고 신호를 보내지만 완벽하게 그 사람이 된다 하여도 결국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러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착각한다. ..
-
[넷플릭스_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 우리는 그들의 생을 모르지만[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5. 28. 17:30
인도에서 본 인도영화 인도 영화 하면 떠오르는 선명한 몇 가지 기억이 있다. 2011년도 뭄바이의 12월은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정수리를 태우고 있었다. S와 나는 뭄바이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할리우드 대작도 있었지만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힌디어 영화를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도에 와서 그들이 떼로 몰려나와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장면을 직접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면 두어 시간 모르는 내용을 보고 앉아있을 수도 있겠거니 했다. 영화관 안에는 좌석번호가 없었다. 우리는 끝에서 일곱 번째쯤 정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영화 시작음이 나왔지만 관객들은 담소를 나누거나 아직 들어오고 있었고, 훤히 빛이 들어오는 뒷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모두가 거짓말처럼 조용해 진건 화면에 인도 국기..
-
[교단일기] 민주주의와 독재 그 사이[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4. 8. 12:15
**이 글은 인디스쿨의 그림같이 선생님으로부터 주제에 대한 영감을 받아 쓴 글입니다. 3월은 기합이 들어있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긴장하고 서로의 선을 살핀다. 특히나 6학년은 지난 5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휴화산을 활화산으로 만들지 않을지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을 지닌 상태이다. 눈빛이 오간다. 소리 없는 메아리가 울린다. '여기까진 괜찮은가요?' '안돼. 돌아가.' 6학년 1학기는 정치와 삼권분립에 대해 처음 배우는 시기이다. 이전까지 아이들은 다수결이 절대 선이자 진리인 줄 알며, 가위바위보가 최선의 문제 해결 방식이라 생각하는 사람처럼 군다. 그러다 삼권분립에 대해 배우고 난 뒤에 의문의 물음표를 띄운다. 우리 교실의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전부 우리 담임이잖아? 독재 아닌가? 하고. ..
-
[유전자검사]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 후기[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1. 21. 10:38
친구의 집에서 친구와 친구 남편을 똑 닮은 귀여운 아기를 보고 와서일까. 유전이 가진 힘이 새삼 크게 느껴졌다. 내 친구의 마르고 납작한 배에서 나온 크고도 작은 그 생명체에 수많은 유전 정보가 담겨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이 인간의 이해 범주 밖의 일임에도 그토록 당연시 여겨졌던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근본과 근원에 대해 궁금해하곤 한다. 정정한다. 나는 나의 근원에 대해 궁금해하곤 한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와있는가. 지구 상에 있는 수많은 생명이 기쁨과 환호에 태어나기도 하고, 슬픔과 괴로움에 스러져가기도 한다. 삶은 B와 D사이의 C라고 했던가. (Life is choice between birth and death) 때론 남들과 다른..
-
굴레[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1. 5. 04:09
열심히 퍼즐 조각을 맞추려 해도 애초에 다른판에 있는 조각은 들어맞을리 없다. 애써 자르고 다듬어 그자리에 놓아보아도 혼자 튈뿐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것은 퍼즐조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맞지않는 판에 둔 조각인지 맞는판이지만 엉뚱한 곳에 둔 것인지 애초에 퍼즐조각이 아닌지는 다른 모든 조각을 제자리에 넣고나면 알게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쯤이면 늦었을것이다. 이미 너저분해져있거나, 책상 밑에 굴러다니다가 버려졌을 것이다. 판에 들어맞으려 어깨를 낑겨봐도 옆조각들이 이자리는 네자리가 아니라 한다. 성급하다 한다. 밑바탕이 제 판을 바꿔보겠다 하지만 이미 금이 그어져있는 판이다. 바람 몇번에 바뀔것이었다면 바탕판이 되지도 않았으리라. 애초에 그랬다면 그것을 바탕이라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안녕- 잘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