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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_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 우리는 그들의 생을 모르지만
    [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5. 28. 17:30
    인도에서 본 인도영화


    인도 영화 하면 떠오르는 선명한 몇 가지 기억이 있다. 2011년도 뭄바이의 12월은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정수리를 태우고 있었다. S와 나는 뭄바이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할리우드 대작도 있었지만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힌디어 영화를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도에 와서 그들이 떼로 몰려나와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장면을 직접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면 두어 시간 모르는 내용을 보고 앉아있을 수도 있겠거니 했다.

    영화관 안에는 좌석번호가 없었다. 우리는 끝에서 일곱 번째쯤 정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영화 시작음이 나왔지만 관객들은 담소를 나누거나 아직 들어오고 있었고, 훤히 빛이 들어오는 뒷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모두가 거짓말처럼 조용해 진건 화면에 인도 국기가 나오고 스피커가 터질 듯이 인도 국가가 흘러나올 때였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면을 향해 경례를 했다. 나는 그 영화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전개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발리우드 특유의 권선징악 스토리와 배우들의 고정된 역할에 끊임없는 춤과 꽃잎들로 모든 걸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이다.

    왜 맛살라 타임인가?


    인도 콘텐츠, 특히 영화를 꺼리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바로 이 춤과 노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아마 이 춤과 노래가 스토리와 동떨어진 뜬금없는 무언가로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나는 그순간을 위해 발리우드 영화를 시청한다. 이 '맛살라 타임'은 그들의 삶을 엿보게 하는 창이다. 인도는 수많은 신들을 믿는 사람들,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끊임없는 지역 간 갈등 및 계층 갈등으로 분화되어 있는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 극장에 앉아 무언가 통하는 모습으로 영화를 바라볼 수 있는 데에는 맛살라 타임의 힘이 큰 것이 아닐까 싶다.

    (이 테드 영상을 보면 KATHAK 카탁과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좀 줄어드려나.. )


    넷플릭스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 마피아 퀸

    이 영화는 순진한 여성이 사랑하는 남성에게 사창가로 팔려간 뒤 여자들의 힘을 모아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른 넷플릭스의 마피아 퀸들은 총질도 잘하고 남자들 뺨치는 계략가에 냉혈한이자 극악무도한 범죄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마피아 세계를 평정해 내더라만, 이 마피아 퀸은 어딘지 모르게 무르고, 사랑에 상처받고, 굉장히 춤을 잘 춘다. 인도에선 배우 하려면 연기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정치적 이유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면서도, 그에게 자꾸 눈길이 가고 쓰러질 것 같은 연약함을 지닌 주인공은 사창가로 팔려간 동안 돌아가신 아버지와, 자신을 그리워하지 않는 어머니의 싸늘함에서 큰 상처를 받는다. 뒷 이야기는 영화로 확인하시길.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영화인데, 인도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스토리라 그리 놀랍지는 않다.


    겨우 한번 다녀와놓고, 그것도 십 년 전에 한 달도 못 되는 시간을 보내 놓고, 혼자 인도가 그리운 건 짝사랑일까 첫사랑 일까. 인도영화가 모처럼 넷플릭스 상위권, 그것도 2위에 올라왔기에 보게 되었는데 나름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좀 더 치안이 개선된 인도는 가볼만하지 않을까? 언젠간 또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 인도... 결국 또 인도앓이로 끝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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