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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서평] 외로움에 대하여(김연수 '소설가의 일'을 읽고)[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6. 23. 21:35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가 닿을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가 닿으려고 노력할 때, 그때 우리의 노력은 우리의 영혼에 새로운 문장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건 우리의 노력과는 무관한 일이다. 하지만 이해하느냐 못하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리의 영혼에 어떤 문장이 쓰여지느냐는 것이다. - 김연수 [소설가의 일] 148p 에서 발췌
상대방의 마음에 내가 가 닿기를, 상대가 내 마음에 와닿기를 바라며 의미를 찾고 신호를 보내지만 완벽하게 그 사람이 된다 하여도 결국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러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착각한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외로움을 타고난다.
가장 가까운 이를 가볍게 떠올려본다. 부모님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내게 생명을 부여하고, 몇십 년을 같이 산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지 못할 말과 행동들이 떠오른다.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내 속에서 나왔는데 왜 저럴까?' 싶을 것이다. 그래서 다만 조금이라도 나에게 더 가까이 와서 나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때 감사함과 환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제야 외로움이 좀 덜어진다.
외로움을 가장 심하게 느꼈을 때는 언제였던가. 공부할때가 아니었나 싶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앉아 시끌벅적한 곳에 있을 때도, 내게 든든한 가족이, 친구들이 곁에 있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무언가를 알아가고 기억해야 한다는 점에서 필연적인 외로움이 느껴졌다. 공부의 목적이 연구나 공부 그 자체에 있지 않고 다른 목표 - 사회적 성공이나, 자격의 취득 등-에 있었으므로 더 치열했고 그만큼 더 외로웠다. 혼자 공부할 때엔 사막에 떨어진 것 같았다. 그때는 잠시 내려지는 따뜻한 말과 손짓에 속절없이 흔들렸던 것 같다.
가장 외로움을 적게 느낄때는 몰두할 때였다. 타인에게 의탁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모든 것을 몰두한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지속하고 나에게 집중했던 순간. 그래서 나는 그토록 그 모든 것들이 좋았나 보다. 중독이라 생각될 만큼. 어쩌다 한 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그렇게 되던 순간들에 빠져들었나 보다.주변에서 말릴 정도로 빠져들고 나면 외로움이 있던 자리에 환희와 나른한 피로감이 찾아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집중의 대상이 흔들리자 나도 혼란스럽고 어지러웠던 것 같다.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되었다.
몰두도 중독도 되는대로 흘려보내고 일단 살아가는데 좀 더 집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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