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유전자검사]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 후기
    [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1. 21. 10:38

    친구의 집에서 친구와 친구 남편을 똑 닮은 귀여운 아기를 보고 와서일까. 유전이 가진 힘이 새삼 크게 느껴졌다. 내 친구의 마르고 납작한 배에서 나온 크고도 작은 그 생명체에 수많은 유전 정보가 담겨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이 인간의 이해 범주 밖의 일임에도 그토록 당연시 여겨졌던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근본과 근원에 대해 궁금해하곤 한다. 정정한다. 나는 나의 근원에 대해 궁금해하곤 한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와있는가. 지구 상에 있는 수많은 생명이 기쁨과 환호에 태어나기도 하고, 슬픔과 괴로움에 스러져가기도 한다. 삶은 B와 D사이의 C라고 했던가. (Life is choice between birth and death) 때론 남들과 다른 선택을, 스스로 이해가지 않는 선택을 해가면서도 유지해나가고 있는 이 생에서 과학적인 정보 하나라도 더 알고 싶은 궁금증이 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연구기관에서 보내주는 용기에 침을 모아 뱉고, 보존액을 넣어 잘 흔든 다음 검사기관으로 키트를 보낸다. 검사 결과를 받는데까지는 5주가 걸렸다. 원래는 2주가 걸리는 과정인데, 처음에 내가 침을 잘 뱉지 못하여(역시 침도 좀 뱉어본 놈이 뱉는 것이었다.) 다시 검사 키트를 받아 보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tip> 실패하지 않으려면 손등으로 침샘부위, 턱 아래쪽을 둥글게 스무 번 정도 꼭 돌려주어야 한다. 이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에 유전정보를 얻을만한 단서들이 침에 충분히 섞여 들어가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종종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셨다. 딸아 엄마는 한 일이 주만 운동하고 나면 알통이 생겨. 엄마 팔 봐. 실제로 엄마 팔을 슬쩍 누르면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엄마가 헬스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엄마는 걷기나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 요가를 하셨다. 나도 느꼈던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 수영장 한 2주만 열심히 나가면 팔 위가 뽈록 하고 튀어나왔다. 물론 1주일만 안 나가면 다시 물렁해졌지만. 내가 유전적으로 이쪽에 재능이 있다고 판단을 받으니 갑자기 피티라도 받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혹시 알아. 50쯤에는 시니어 피트니스 대회에 나갈지도.

     




    최악의 결과도 있었다. 알고는 있었다. 집에 가면 항상 아빠가 '무릎좀 주물러 봐라'라고 하셨다. 티브이를 보고 있으면 슬금슬금 엄마나 내 다리 위에 슬금슬금 무릎을 올렸다. 그러면 우리는 못 이기는 척 무릎을 주물렀다. 나는 남들보다 한참 어릴 때부터 무릎 발목 어깨가 아팠다. 무릎은 중학교 때부터, 발목은 스무 살 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지금 유지하고 있는 몸무게에서 2킬로 정도가 더 찌기 시작하면 뛰거나 오래 걸으면 무릎이 아팠다. 계속 현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는 데는 미용적인 목적보다도, 살이 찌면 무릎과 발목이 아파서였다. 수영을 즐기는 이유도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 말고도 커피 한잔만 마셔도 머리가 핑핑돌고 손이 떨리던 이유, 유독 외식을 하면서 짜서 많이 못 먹었던 일들, 쌉쌀한 음식도 잘 먹었던 이유를 유전 정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절대적이지는 않겠지만 내 삶에 슬쩍 끼어들어 방향을 결정하고 생활 습관을 만들어주었던 신호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내게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항상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유전자 검사를 추천한다. 조금은 스스로를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