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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수험생]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1[끄적끄적 생각노트] 2021. 1. 27. 01:11
[공부하면서 드는 생각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나.
그래! 백세시대, 서른 하나면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도전할 수 있는 게 정말 다행이야.하지만 정말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내가 또 공부를 하고 앉아있다니.
*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항상 취미, 특기 란이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하고 앉아있는데 어떻게 취미와 특기가 생길 수 있을까? 특출 나게 노래를 잘 부르거나 미술 실력이 좋거나, 달리기를 잘하던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그나마 할 줄 아는 건 앉아서 공부하는 것 밖에 없었던 기억이 난다. 스스로에게 뭘 잘하는지 탐구할 시간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특기 란에 '공부'라고 쓸 수는 없지 않은가.
*
머리는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명령하는데 몸이 듣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어른들 말씀에 공부에는 다 때가 있다더니. 무슨 뜻인지 온몸이 내게 소리쳐 알리고 있다. 구부정한 자세로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열몇 시간을 버티고 있을 수험생들이 짠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럽다.
*
경주마로 길러진 말들이 은퇴하고 눈 옆의 가리개를 치우게 된다면 그들은 전처럼 달리고 싶을까? 아니면 모처럼만의 자유를 만끽할까? 경주마처럼 달리던 습관 때문에 스스로 힘들게 한 날이 많았다. 다이어리는 어느새 스터디 스케줄로 가득 찼다. 계획을 타이트하게 짜고 이행하지 못하면 괴로워했다. 누가 비난하지도 않고, 아무도 모름에도 나 스스로에게 가혹했다. 그러기를 6개월. 몸이 아팠다. 그제야 멈추고 돌아보게 되었다. 왜 사람은 항상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걸까. 지금이야 마스크만 안 끼면 삶이 행복해질 것 같지만 다시 금방 익숙해져 버릴 것을 안다. 원래 그런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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