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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정기전보] 마지막[끄적끄적 생각노트] 2021. 2. 10. 11:54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걱정이 가득했는데, 막상 마지막 근무일이라고 생각하니 이곳에서의 시간이 유난히 빠르게 지나간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괜히 운동장을 한번 바라보았다가, 화면을 바라보다가 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있다.
지금까지 거쳤던 여러 번의 졸업보다 오늘의 전보에 더 마음이 쓰이는 이유는 내가 감수성이 풍부해져서일까 오늘 날씨가 흐린 탓일까. 초-중-고의 졸업은 모두가 겪는 관문이고 다 같이 맞이하는 것이기에 큰 감흥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전의 변화는 내가 한층 더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언덕을 실컷 오르다가 마주한 평지에서 갈피를 못 잡고 좌우로 움직이는 기분. 내 삶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오늘 학사모를 쓰고 가운을 입은 아이들의 앞날에 행복과 기쁨, 건강만이 가득하기를 바랄 뿐이다. 당장 뛰쳐나가 한명씩 끌어안고 고생 많았다고, 너희들이 생각날 것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마스크를 쓰고 손을 흔들어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이 시국이 참 야속하다. 지금까지의 헤어짐은 "언제든지 놀러 와,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 반갑게 하자."정도였는데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콕콕 아린다.
있을 때 잘해. 라는말. 있을 때는 참 그러기가 어렵다. 가고 나서야 아쉬움과 미안함이 뒤섞인다.
정말 힘들고 지칠때, 더 이상 잘하기 싫은 감정이 들 때 오늘의 감정을 떠올려보며 생각해야겠다. 이 아이들도 떠나면 더 잘해주지 못해 아쉬워질 테니 있을 때 잘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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