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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 한강 한자락. 나의 서식지.
    [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7. 5. 16:26


    나의 서식지 옆으로는 한강이 흐릅니다. 시간 맞춰 달려 나가는 지하철들이 지나고 저 멀리 반짝이는 강변북로가 창 한 자락에 담겨있습니다. 집 앞 도로는 작지만 시끄러운 소리를 새벽부터 내곤 합니다. 시위하는 음악, 에어컨 실외기 소리, 버스 첫 차 소리를 막지 못하는 연약한 샤시가 오늘도 바람에 덜컹입니다.

    자취남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을 자주 봅니다. 이 집이 아직 내것 같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 집이 내 것같이 느껴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영상에는 온갖 화려한 것들로 꾸민 나만의 집 나만의 방들이 등장합니다. 특색 없는 나의 방을 둘러보고는 이내 내 취향은 도대체 어디에 반영이 되어있는지 고민해봅니다. 열심히 치우지만 문이 딱 들어맞지 않는 문틀이라든지, 바닥이 쉽게 들리는 장판은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내 마음을 닮았습니다.

    엄마는 "이집은 해가 잘 들지 않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개 냄새가 문득 나"라고 했습니다. 이전 주인은 개를 키웠고, 나는 빛이 있으면 쉽사리 잠들지 못합니다. "그쪽이 위치는 좋지", "정말 오래된 집이다. 비는 안 새니?"와 같은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만,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강 한 자락이 보이는 나의 소중한 보금자리는 제 의미를 다하지 못한채 그 자리에 우뚝 서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몇 년 안에 다 허물어져 버릴 것이라는 것. 그 안에 있었던 나의 과거는 집과 함께 허물어져 버릴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집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낮이나 밤이나 에어컨 없는 관리실에서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시는 경비아저씨, 오분만에 닿을 수 있는 공원과 한강, 공원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있는 할머니와 아이들, 오래된 나무는 5단지 살 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주거의 형태에 따라 삶의 형태도 달라지나봅니다. 오피스텔에 살 때는 오피스텔에 맞는 삶을 살고, 아파트에 살 때는 아파트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스스로를 만나게 됩니다. 다음 집을 구하는 것은 집을 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삶을 구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02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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