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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우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요?
    [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7. 4. 16:09
    우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요?

    흔하디 흔한 플러팅 멘트 아니던가? 왜 이 말이 교장선생님 입에서 흘러나오는지 멍할 따름이다. 코시국 처음 우리 학교에 부임하신 교장선생님께서는 항상 마스크를 쓰고 계셨기에 -물론 나도 그렇다- 서로의 얼굴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분의 목소리만큼은 귀에 익어 어디서 들어본 것인지 생각해내려 했으나 실패한 참이었다.

     

    게다가 교장선생님은 급식실에서 나를 완전히 다른사람과 착각하지 않았는가. "황은 어디다 두고 혼자 와서 밥을 먹어?"

    나를 행정실 직원으로 착각한 탓이었다. 물론 기분은 아주 좋았다. 나와 착각한 그 직원은 20대 중반의 꽃다운 아가씨였으므로.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20대로 착각받을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기에 더 기뻤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봐도 얼굴이 눈에 익어

    교장선생님 저도 그래요. 그런데 어디서 보았는지 전혀 감이 안와요.

    주변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열다섯 쌍의 흥미진진한 눈빛들. '도대체 저 둘은 무슨 사이길래 얼굴은 알고 서로 누군지도 몰라?' 그래서 시작된 개인사 파헤치기. 

    대학교 출강? no

    대학원? no

    수업연구대회? no

    이전 학교? no

    각종 연수? no

    가족관계? no

    교생실습? no

    설마... 임고?

    임고였다. 2013년 겨울 나는 면접에 심장이 떨려 입 밖으로 심장을 토해낼 것 같은 심정으로 그 자리에 앉아있었고, 교장선생님은 그런 나 같은 학생들 수십 명을 채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짧은 순간 수십 명의 학생들 중 지나가는 나는 한 명의 지원자였을 뿐인데 어떻게 나를 기억하고 있었을까?

    나는 수없이 떨리고 토할 것 같은 심정으로 문제에 답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언제 교장선생님의 얼굴과 목소리를 기억 속에 묻어두었다가 9년 만에야 꺼내 들었던 걸까?

    인연이란 어쩌면 수없이 많은 시간을 돌고 돌아 우리에게 다시 새로운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말이 무섭도록 투명하고 뾰족하게 마음에 와서 박힌다.

    자네들 선생만 시켜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그러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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