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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다정함의 행방, 아줌마.
    [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6. 24. 01:20
    아줌마는 선생님이야

     

     

    하루 종일 잿빛이던 하늘에서 주룩주룩 비가 쏟아져 내렸다. 이미 바지 끝단은 다 젖었고 차들은 열심히 와이퍼로 얼굴을 훔쳐내고 있었다. 저편에서 비에 쫄딱 맞은 여자아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아마 비가 많이 오니 데리러 와달라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기다리지 않고 아이는 계속해서 열심히 걸어서 점점 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불쑥 아이에게 우산을 씌웠다.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운 어른일까 걱정할까 봐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몇 학년 예요?

    3학년요.

    이렇게 쫄딱 맞고 어디 가니?

    **문구요.

    아줌마는 저기 어디 학교 선생님이야~ 우리 반 아이 같아서 가는 길 같이 우산 씌워주고 싶어. 가까이 붙어도 돼.

     

    몇분여를 걷는 동안 아이는 내게 연신 감사합니다를 반복했다. 아무것도 아닌 다정함에 행복했고, 감사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아이를 보내고 나서 생각했다. 아무리 서른이 넘었다지만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칭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줌마라는 단어가 가진 따뜻함 때문이었다.

     

    이모는, 누나는, 언니는 같은 호칭보다 좀 더 동글동글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상대에게 해를 끼치기보단 조금 참견으로 보일지라도 제안을 건넬 수 있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화를 내며 소리치듯이 부른 아줌마도 아니다. 그저 아이가 좀 더 편안하게, 내 우산 속에서 몇 걸음 더 걸으면서 빗방울을 덜 맞을 수 있다면. 그래서 그 아줌마 덕분에 그래도 옷 속까지 다 젖어버리지는 않았어라고 느낄 수 있었다면. 나는 기꺼이 또 아줌마가 될 작정이다.

     

    힘든 일을 겪고, 넘어가는 중에 내게 남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내게서 사라져 버린 것들 중에 타인에 대한 따뜻한 감정과 인간에 대한 다정함은 없었으면 한다. 그것마저 잃어버리면 너무 공허해질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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