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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좋았던 구절] 작별하지 않는다_문학동네_장편소설[읽은 책들] 2022. 8. 16. 14:29
문학동네/ 지성사/ 창작과 비평
언제나 실패하는 법이 없는 출판사들이다.
거기다 한강?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다.
h와 헤어지는 날 내 손에 쥐어주던 책
작별하는 게 아니라던 그 말 덕에 앉은자리에서 절반을 순식간에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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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은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겨울, 눈, 차가운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문장들.
이전작 '흰'도 그랬고. 이번 책도 표지부터 눈의 결정이다.
제주 4.3 사건/ 5.18 광주의 상황을 전달하는 것이
작가가 가진 소명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고, 좋은 글쓰기 소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소설을 통해 현실과 역사를 접한다는 건 신기한 경험이어서
과연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부터 꾸며낸 것인지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역시나 좋은 문장들, 고드름같이 방울방울 모여서 날카롭게 벼려진 뾰족한 문장들이
심장을 목구멍을 쿡쿡 찔러댔다.
눈밭을 헤치고 나아가는 주인공과 손끝에 바늘을 찔러 넣어야 하는 인선
차가운 시체들 사이에 눈이 내리고 얼굴 위에 낀 살얼음을 닦아가며 가족을 찾던 할머니
눈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지만 말하지 않는, 혹은 말할 수 없는 노인
모든 인간들이 사연을 한가득 안고 작가가 만든 무대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채식주의자로 단숨에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한강.
국제적으로 파급력을 가진 작가가 회피하지 않고 한국의 뼈아픈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모험이었을지도 모르겠다.이렇게라도 잊지 않으려는 것. 잊히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작가와 독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화일 것이다.
좋았던 문장들
33p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선택들을 척척 저지르고는 최선을 다해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이들. 그래서 나중에는 어떤 행로를 밟아간다 해도 더 이상 주변에서 놀라게 되지 않는 사람들.
44p
특별한 미인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녀가 그랬다. 총기 있는 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성격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어떤 말도 허투루 뱉지 않는, 잠시라도 무기력과 혼란에 빠져 삶을 낭비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 때문일 거라고. 인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혼돈과 희미한 것, 불분명한 것들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으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반응형'[읽은 책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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