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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김영하 장편소설_살인자의 기억법
    [읽은 책들] 2022. 7. 4. 15:50


    출처 예스24

    23p
    시와 문장 때문인지 마음이 나약해지는 것만 같았다. 반성과 반추도 충동을 억누르는것 같았다. 나는 나약해지고 싶지도, 내 안에 들끓는 충동을 억누르고 싶지도 않았다. 어둡고 깊은 동굴로 떠밀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내가 알던 나인지를 알아보고 싶어졌다.

    36p
    내 고통은 자막이 없다 읽히지 않는다_김경주, [비정성시]
    내가 살았던 시간은 아무도 맛본 적 없는 밀주였다
    나는 그 시간의 이름으로 쉽게 취했다

    48p
    프랜시스 톰프슨이라는 자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서 태어나 자신의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61p
    은희가 조용히 손을 뻗어 그의 손을 건드렸다. 그러나 그는 은희의 손을 맞잡지 않았다. 위협을 당한 달팽이처럼 오므라들어 손은 주먹을 쥔 모양새가 되었다. 멋쩍어진 은희의 손이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마음에 걸렸다.

    94p
    너무 많은 소리가 나를 향해 달려든다. 너무 많은 표지판, 간판,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표정들. 나는 그것들을 해석할 수가 없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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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너무나 쉽게 금방 읽히고 흥미진진하여
    ' 오 이 책 정말 술술 읽히네' 하고 해설을 펴 든 순간 내 뒤통수를 때리는 문장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김영하작가. 중앙일보 인터뷰 중. (권혁재 작)

    잘 읽은 줄 알았고, 잘만 읽은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 그리고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과 느낌과 생각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마음속에서 일으켜 세워진 허상이기 쉽다.


    혹자는 그것을 그림자로 표현하기도 하였고, 누군가는 꿈이라 일컫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그 꿈과 허상, 그림자에 집착하며 고통받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만한 소설인 것이다.


    실은 우리의 마음은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고, 실체가 있다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쫓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우리는 변하지 않을 일상이라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평범함의 가치를 높게 매기며, 우리가 허상 속에 살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발버둥 치게된다.


    空의 관념에서 보자면 현실 세계의 고통과 고난에서 근심의 간섭 없이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해탈이다.


    주인공은 알츠하이머에 걸려 머리가 비어 가는 중이지만, 알츠하이머 따위의 병이 아니더라도 나의 머리는 현상을 부정하고 대상을 파괴의 대상으로 바라볼 때가 있다. 나 외의 어떤 대상에도 마음 쓰지 않는 것, 대상을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그러하다.


    주인공이 구하는 스스로의 구원은 결국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 모두 허상임을 깨닫고 무의 상태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의 구원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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