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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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곽정은[읽은 책들] 2022. 1. 3. 19:01
[들어가며] #1 타인의 책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어릴 적 사진을 뒤적이는 것이나, SNS의 프로필 사진을 살펴보는 것보다 훨씬 더 내밀한 모습이다. #2 유명인의 책을 읽는 것은 불량품과 양품이 섞인 랜덤박스를 한 번에 쥐어갈 수밖에 없는 느낌이다. 그의 목소리와 표정 몸짓을 글을 통해 오롯이 느낄 수 있으나, 머릿속의 그 영상이 글을 온전히 읽는 것을 방해한다. 글쓴이의 존재가 너무 커져버려 글을 글 그대로 바라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단 손에 쥐게 되는 책은 내가 그의 존재를 이미 알고있기 때문이리라. http://www.yes24.com/Product/Goods/24969021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 YES24 “내 사랑은 왜 이토록 힘들까?”사랑 때문에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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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른의 연애. 에세이. 좋은비 지음[읽은 책들] 2022. 1. 3. 18:19
들어가며. 서른은 아니지만. 서른이 아니라고 해서 읽지 못할 책도 아니다. 브런치 연재작을 책으로 엮어낸 이의 글이다. 나도 브런치에 무언가 성과를 내고 싶은데, 막상 잘 쓰려고 생각하니 내 글이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져 도통 올릴 수가 없다. 1의 말하기가 가능하려면 10의 듣기가 있어야 하고, 1의 쓰기가 가능하려면 10의 읽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10의 읽기는 충분히 차고 넘쳐 100에 가까워져가는데 왜 나는 1의 쓰기가 안 되는 것일까. 자학하게 되는 밤이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58148169 서른의 연애 - YES24 제4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브런치’ 누적 조회수 100만 뷰! ‘사랑’을 말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서른한 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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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 리뷰] 천개의 파랑. 천선란 장편소설.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허블 출판사[읽은 책들] 2021. 12. 19. 06:22
발췌 326 연재는 이해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숱한 시간 동안 이해 받지 못해 상처 입은 날들이 쌓여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 터였다. 이해받기를 원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저마다의 고통과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척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 이해는 한계가 있고, 횟수가 있고, 마지노선이 있다. 그 선을 넘으면 이해 해 주던 사람은 어느 순간 상대방의 이기심을 지적했다. 221 우주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탄생 시켰다. 이땅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각자 살아갈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정상의 사람들은 모르는 듯 했다. 286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 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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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검은 햇빛_백은영 장편소설_길베르트[읽은 책들] 2021. 11. 11. 13:51
너는 네가 볼 수 있는 것을 그대로 봐도 돼. 네가 느끼는 감정을 소중히 여겨. [발췌] 156p 비록 어리석은 자로 보일지라도 웃고 싶을 때 웃는 것이다. 타인은 타인에게 자신과 같은 마음과 같은 생각을 하고 공감하기를 바란다. 타인은 동일한 타인이 되고 결국 모두 같아진다. 모두가 일심동체가 된다면, 다툼이 없어지겠지만, 슬픈 삶일 것이다. 다툼이 싫으면 같은 마음을 갖고 공감하는 것이 아닌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타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며, 그것은 나중에 큰 후회로 남는다. 160p 특정한 곳으로 가면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말. 실로 이 말은 쉽고 매력적이었다. 낯선 곳에서는 자기 자신이 낯설어지거나 혹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수 있겠지만(...) [생각들] 무한히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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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하트_정아은_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읽은 책들] 2021. 11. 8. 15:17
111p 갑자기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이 섬광처럼 펼쳐지면서 마음에 온수가 차올랐다. 예전에 다녔던 가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상한 안도감을 주었다. 그 시절에 나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해야 할까. 180p 20억. 여자는 선영과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녹물이 나오는 30년 된 아파트에 전 재산과 미래 기회비용을 올인하고 궁핍하게 살면서 은마가 타워팰리스로 변신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누가 이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선영과 만나고 온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부동산 사이트에 접속해서 은마아파트의 시세를 조회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은마 아파트를 스무 번도 넘게 사고팔았다. (...중략...) 요즘 누군가를 만나면 꼭 부동산 이야기를 하게 된다.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는데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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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모래의 여자_아베 코보_세계문학전집55[읽은 책들] 2021. 11. 3. 15:15
모래는 절대로 쉬지 않는다.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지표를 덮고 멸망시킨다. 책 속의 남자는 희귀 곤충을 채집하여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자 하였으나, 도리어 누군가에게 채집되어버리고 만다. 계속해서 부서져 내리는 모래 구덩이 속에서 초반부의 남자는 지속적으로 투쟁한다. 벌레처럼 발버둥 친다. 점차 반항은 미약해지고 납득의 탈을 쓴 합리화에 스스로를 가둔다. 결국 자신이 쌓아 올린 무의식, 모래로 투영되는 덫에 자기 자신을 가두어버리고 만다. 사막에는 알수없는 힘이 있다. 와카치나가 떠오른다. 샌드 보딩을 마치고 빨래와 샤워를 몇 번이나 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귓속과 온갖 주머니, 핸드폰에서 나오는 모래는 그칠 줄을 몰랐다. 이전에는 없었을 아스팔트 도로의 끝에 온통 모래들 뿐이었다. 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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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계문학전집111_헤르만 헤세_크눌프[읽은 책들] 2021. 11. 2. 13:50
계획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야. 사실 사람들도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거든. 한동안 책을 읽지 못했다. 읽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지만. 사실을 머릿속에 욱여넣기 위해 읽기라는 도구를 활용하다가 읽기 그 자체가 목적이 된 읽기는 오랜만이어서 반갑고 좋았다. 오랜만에 다시 읽을 책으로 크눌프를 집어 들게 된 것은 크눌프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움을 지닌 인물이어서였다. 그래서 난 밤에 어디선가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것을 제일 좋아해. 파란색과 녹색의 조명탄들이 어둠속으로 높이 올라가서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작은 곡선을 그리며 사라져버리지. 그래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이 금세 다시 사라져버릴 거라는 두려움도 느끼게 돼. 이 두 감정은 서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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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_ 김초엽 소설집[읽은 책들] 2021. 7. 22. 15:26
[서평] 한국형 SF 소설이 있다면 이 책이 아닐까? 처음 표지를 열어 작가의 약력을 살폈을 때 이과 사람이 쓴 문학작품은 어떤 맛일까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글을 잘 쓰는 작가들도 너무 좋지만 이렇게 어떤 분야에 특출난 사람이 쓴 글은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최근 문유석 작가 -판사? 작가? 이제 판사 아니니까 작가라고 부르련다- 가 쓴 악마판사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처럼. 과학에 더 깊이 다가갔기 때문에 외계와 우주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를 넘어 그 무언가를 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글은 술술 읽힌다. 훌륭하게 이입되고, 편하게 상상할 수 있다. 과학에 대한 이해도, 어렵고 현학적인 글에 대한 부담도 없다. 다만 표지에 속지 말아야 한다. 라벤더 향기가 물씬 풍기는 표지와 띠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