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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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_우리는 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가[읽은 책들] 2022. 6. 3. 14:56
미워하기 좋은 사회다. 싸우고 배척하고 혐오한다. 각자의 삶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이들도, 어느 면에서는 잔인하고 무자비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이렇게 내재화된 상태로 태어난 것일까? 강한 것이 살아남는다. 자연선택에 의해 우리는 지금과 같은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연선택이 '강한 것'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다정함'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남에게 다정하게 굴어야 살아남기 편하다는 뜻으로 짐작하였으나, 서술자는 철저히 과학적 실험과 이성적 근거들로 독자를 설득해 나간다. 왜 네안데르탈 인이 아닌 호모 사피엔스인가? - 마음이론 -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 방식으로 살아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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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_장류진_이더리움/비트코인[읽은 책들] 2022. 4. 26. 10:20
**작가의 이전 소설 장류진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J4와의 식사자리에서였다. 우리 넷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돈을 벌고 있었다. J가 말했다. "월급을 포인트로 받으면 어떻게 살 거야?" 무슨 말인가 싶어 들어보니, 자기가 최근 읽은 책 중에 정말 기발하고도 슬픈 단편 소설이 있다며 들어보라고 했다. 바로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였다. 월급을 복지포인트와 온누리상품권으로만 받는다고 해도, 이 일을 관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글의 주인공은 당근 마켓에서 복지포인트로 산 물건들을 다시 팔아 현금화를 시키고 있었다. 이 정도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아닌가. 일의 기쁨과 슬픔 - YES24 기쁨도 슬픔도 반짝반짝, 이토록 산뜻한 이야기의 등장우리 문학이 기다려온 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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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곽정은[읽은 책들] 2022. 1. 3. 19:01
[들어가며] #1 타인의 책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어릴 적 사진을 뒤적이는 것이나, SNS의 프로필 사진을 살펴보는 것보다 훨씬 더 내밀한 모습이다. #2 유명인의 책을 읽는 것은 불량품과 양품이 섞인 랜덤박스를 한 번에 쥐어갈 수밖에 없는 느낌이다. 그의 목소리와 표정 몸짓을 글을 통해 오롯이 느낄 수 있으나, 머릿속의 그 영상이 글을 온전히 읽는 것을 방해한다. 글쓴이의 존재가 너무 커져버려 글을 글 그대로 바라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단 손에 쥐게 되는 책은 내가 그의 존재를 이미 알고있기 때문이리라. http://www.yes24.com/Product/Goods/24969021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 YES24 “내 사랑은 왜 이토록 힘들까?”사랑 때문에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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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른의 연애. 에세이. 좋은비 지음[읽은 책들] 2022. 1. 3. 18:19
들어가며. 서른은 아니지만. 서른이 아니라고 해서 읽지 못할 책도 아니다. 브런치 연재작을 책으로 엮어낸 이의 글이다. 나도 브런치에 무언가 성과를 내고 싶은데, 막상 잘 쓰려고 생각하니 내 글이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져 도통 올릴 수가 없다. 1의 말하기가 가능하려면 10의 듣기가 있어야 하고, 1의 쓰기가 가능하려면 10의 읽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10의 읽기는 충분히 차고 넘쳐 100에 가까워져가는데 왜 나는 1의 쓰기가 안 되는 것일까. 자학하게 되는 밤이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58148169 서른의 연애 - YES24 제4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브런치’ 누적 조회수 100만 뷰! ‘사랑’을 말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서른한 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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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 리뷰] 천개의 파랑. 천선란 장편소설.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허블 출판사[읽은 책들] 2021. 12. 19. 06:22
발췌 326 연재는 이해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숱한 시간 동안 이해 받지 못해 상처 입은 날들이 쌓여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 터였다. 이해받기를 원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저마다의 고통과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척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 이해는 한계가 있고, 횟수가 있고, 마지노선이 있다. 그 선을 넘으면 이해 해 주던 사람은 어느 순간 상대방의 이기심을 지적했다. 221 우주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탄생 시켰다. 이땅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각자 살아갈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정상의 사람들은 모르는 듯 했다. 286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 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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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모래의 여자_아베 코보_세계문학전집55[읽은 책들] 2021. 11. 3. 15:15
모래는 절대로 쉬지 않는다.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지표를 덮고 멸망시킨다. 책 속의 남자는 희귀 곤충을 채집하여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자 하였으나, 도리어 누군가에게 채집되어버리고 만다. 계속해서 부서져 내리는 모래 구덩이 속에서 초반부의 남자는 지속적으로 투쟁한다. 벌레처럼 발버둥 친다. 점차 반항은 미약해지고 납득의 탈을 쓴 합리화에 스스로를 가둔다. 결국 자신이 쌓아 올린 무의식, 모래로 투영되는 덫에 자기 자신을 가두어버리고 만다. 사막에는 알수없는 힘이 있다. 와카치나가 떠오른다. 샌드 보딩을 마치고 빨래와 샤워를 몇 번이나 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귓속과 온갖 주머니, 핸드폰에서 나오는 모래는 그칠 줄을 몰랐다. 이전에는 없었을 아스팔트 도로의 끝에 온통 모래들 뿐이었다. 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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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계문학전집111_헤르만 헤세_크눌프[읽은 책들] 2021. 11. 2. 13:50
계획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야. 사실 사람들도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거든. 한동안 책을 읽지 못했다. 읽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지만. 사실을 머릿속에 욱여넣기 위해 읽기라는 도구를 활용하다가 읽기 그 자체가 목적이 된 읽기는 오랜만이어서 반갑고 좋았다. 오랜만에 다시 읽을 책으로 크눌프를 집어 들게 된 것은 크눌프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움을 지닌 인물이어서였다. 그래서 난 밤에 어디선가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것을 제일 좋아해. 파란색과 녹색의 조명탄들이 어둠속으로 높이 올라가서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작은 곡선을 그리며 사라져버리지. 그래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이 금세 다시 사라져버릴 거라는 두려움도 느끼게 돼. 이 두 감정은 서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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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_ 김초엽 소설집[읽은 책들] 2021. 7. 22. 15:26
[서평] 한국형 SF 소설이 있다면 이 책이 아닐까? 처음 표지를 열어 작가의 약력을 살폈을 때 이과 사람이 쓴 문학작품은 어떤 맛일까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글을 잘 쓰는 작가들도 너무 좋지만 이렇게 어떤 분야에 특출난 사람이 쓴 글은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최근 문유석 작가 -판사? 작가? 이제 판사 아니니까 작가라고 부르련다- 가 쓴 악마판사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처럼. 과학에 더 깊이 다가갔기 때문에 외계와 우주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를 넘어 그 무언가를 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글은 술술 읽힌다. 훌륭하게 이입되고, 편하게 상상할 수 있다. 과학에 대한 이해도, 어렵고 현학적인 글에 대한 부담도 없다. 다만 표지에 속지 말아야 한다. 라벤더 향기가 물씬 풍기는 표지와 띠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