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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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튜브_손원평_세상에 던져진것 같다면 이 책을 잡아보세요[읽은 책들] 2022. 7. 20. 10:43
인생에 해피엔딩이 있다면 김성곤 안드레아는 평생 닿고 싶지만 닿을 수 없었던 해피엔딩을 위해 일해온 중년 남성이다. 성공을 속삭이는 주변의 말에 따라 수많은 사업을 시작하고 실패하면서 가족에게는 외면당해왔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느껴질 때쯤 김성곤 안드레아는 한강물에 뛰어들 결심을 하지만 날이 너무 추워 이내 포기하고 만다. 이전에 피자가게 사장일 적 함께 일하던 알바생 진석과는 우연히 배달 라이더를 하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게 된다. 그곳에서 김성곤은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진석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진석은 어딘가 모르게 떨떠름한 반응이다. 고용주와 피고용인 관계에서 김성곤은 이른바 꼰대 사장이었으므로. 그러나 둘은 서서히 한 공간에서 서로가 꿈꿔왔던 미래를 그리며 현재를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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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22 창작과비평 [195호 2022 봄호] 정지아_말의 온도_소설[읽은 책들] 2022. 6. 27. 15:26
179p 어머니와 말을 하다보면 이상한 대목에서 심장이 저렸다. 어머니가 어머니가 아니고 외할머니의 딸이던 시절에는 먹고 싶지 않는 것을 먹지 않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처음부터 어머니가 아니라 한때는 마음껏 투정을 부려도 되는 딸이기도 했던 것이다. (...)어머니가 딸이었던 시절을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어머니는 숟가락을 든 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마 자신의 어머니가 살아 있던 어떤 시절의 기억을 더듬고 있을 터였다. 182p 딸 이혼한 게 그렇게 부끄러워? 부끄러워 글가니. 요즘 시상에 이혼이 머 숭이나 된다냐? 씰데없이 숭잡힐깨비 글제. 흉이나 되냐는 앞말과 흉잡힐까봐 그런다는 뒷말 사이의 모순을 어머니는 훌쩍 건너뛰었다. 앞말은 나를 보는 어머니 시선이요, 뒷말은 남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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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_장류진_이더리움/비트코인[읽은 책들] 2022. 4. 26. 10:20
**작가의 이전 소설 장류진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J4와의 식사자리에서였다. 우리 넷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돈을 벌고 있었다. J가 말했다. "월급을 포인트로 받으면 어떻게 살 거야?" 무슨 말인가 싶어 들어보니, 자기가 최근 읽은 책 중에 정말 기발하고도 슬픈 단편 소설이 있다며 들어보라고 했다. 바로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였다. 월급을 복지포인트와 온누리상품권으로만 받는다고 해도, 이 일을 관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글의 주인공은 당근 마켓에서 복지포인트로 산 물건들을 다시 팔아 현금화를 시키고 있었다. 이 정도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아닌가. 일의 기쁨과 슬픔 - YES24 기쁨도 슬픔도 반짝반짝, 이토록 산뜻한 이야기의 등장우리 문학이 기다려온 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