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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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서평] 외로움에 대하여(김연수 '소설가의 일'을 읽고)[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6. 23. 21:35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가 닿을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가 닿으려고 노력할 때, 그때 우리의 노력은 우리의 영혼에 새로운 문장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건 우리의 노력과는 무관한 일이다. 하지만 이해하느냐 못하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리의 영혼에 어떤 문장이 쓰여지느냐는 것이다. - 김연수 [소설가의 일] 148p 에서 발췌 상대방의 마음에 내가 가 닿기를, 상대가 내 마음에 와닿기를 바라며 의미를 찾고 신호를 보내지만 완벽하게 그 사람이 된다 하여도 결국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러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착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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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_우리는 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가[읽은 책들] 2022. 6. 3. 14:56
미워하기 좋은 사회다. 싸우고 배척하고 혐오한다. 각자의 삶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이들도, 어느 면에서는 잔인하고 무자비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이렇게 내재화된 상태로 태어난 것일까? 강한 것이 살아남는다. 자연선택에 의해 우리는 지금과 같은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연선택이 '강한 것'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다정함'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남에게 다정하게 굴어야 살아남기 편하다는 뜻으로 짐작하였으나, 서술자는 철저히 과학적 실험과 이성적 근거들로 독자를 설득해 나간다. 왜 네안데르탈 인이 아닌 호모 사피엔스인가? - 마음이론 -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 방식으로 살아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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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 리뷰] 천개의 파랑. 천선란 장편소설.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허블 출판사[읽은 책들] 2021. 12. 19. 06:22
발췌 326 연재는 이해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숱한 시간 동안 이해 받지 못해 상처 입은 날들이 쌓여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 터였다. 이해받기를 원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저마다의 고통과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척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 이해는 한계가 있고, 횟수가 있고, 마지노선이 있다. 그 선을 넘으면 이해 해 주던 사람은 어느 순간 상대방의 이기심을 지적했다. 221 우주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탄생 시켰다. 이땅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각자 살아갈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정상의 사람들은 모르는 듯 했다. 286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 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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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검은 햇빛_백은영 장편소설_길베르트[읽은 책들] 2021. 11. 11. 13:51
너는 네가 볼 수 있는 것을 그대로 봐도 돼. 네가 느끼는 감정을 소중히 여겨. [발췌] 156p 비록 어리석은 자로 보일지라도 웃고 싶을 때 웃는 것이다. 타인은 타인에게 자신과 같은 마음과 같은 생각을 하고 공감하기를 바란다. 타인은 동일한 타인이 되고 결국 모두 같아진다. 모두가 일심동체가 된다면, 다툼이 없어지겠지만, 슬픈 삶일 것이다. 다툼이 싫으면 같은 마음을 갖고 공감하는 것이 아닌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타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며, 그것은 나중에 큰 후회로 남는다. 160p 특정한 곳으로 가면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말. 실로 이 말은 쉽고 매력적이었다. 낯선 곳에서는 자기 자신이 낯설어지거나 혹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수 있겠지만(...) [생각들] 무한히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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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_ 김초엽 소설집[읽은 책들] 2021. 7. 22. 15:26
[서평] 한국형 SF 소설이 있다면 이 책이 아닐까? 처음 표지를 열어 작가의 약력을 살폈을 때 이과 사람이 쓴 문학작품은 어떤 맛일까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글을 잘 쓰는 작가들도 너무 좋지만 이렇게 어떤 분야에 특출난 사람이 쓴 글은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최근 문유석 작가 -판사? 작가? 이제 판사 아니니까 작가라고 부르련다- 가 쓴 악마판사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처럼. 과학에 더 깊이 다가갔기 때문에 외계와 우주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를 넘어 그 무언가를 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글은 술술 읽힌다. 훌륭하게 이입되고, 편하게 상상할 수 있다. 과학에 대한 이해도, 어렵고 현학적인 글에 대한 부담도 없다. 다만 표지에 속지 말아야 한다. 라벤더 향기가 물씬 풍기는 표지와 띠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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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읽은 책들] 2021. 5. 8. 09:55
선물 받은 책. 남녀 성별 갈등이 극에 달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 갈등을 일으킨 사람들은 갈등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표심? 조회수? 싸우는 아이들을 달래는 가장 편한 방법은 '너도 잘못했고 얘도 잘못했으니 서로 사과해라' 방법이다. 물론 중재자 입장에서. 그러나 당사자는 황당하고 억울하다. 상대가 먼저 쳤는데, 상대가 더 격렬하게 밀쳤는데, 나는 코피도 터졌는데 하며 속으로 부글부글 끓는다. 그런 시대가 아닌가 싶다. 짧은 경력이지만 진정한 화해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야기를 지치더라도 끝까지 경청해주어야 했다. 양쪽모두가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느끼는 순간 화의 감정은 가라앉고 차분하게 행동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지금의 갈등도 비슷하지 않을까? *75p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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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달과 6펜스_(서머싯 몸)_민음사[읽은 책들] 2020. 11. 10. 01:50
민음사_세계문학전집 38달과 6펜스_서머싯 몸_송무 옮김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복합적인 나쁜놈이다. 자신의 미적 배설 욕구를 위해 주변인을 모두 비극으로 몰고, 기분 나쁜 성격과 말투로 독자의 기분까지 바닥으로 끌어내린다.인간에 대한 깊은 염증을 느꼈다고 해서 (자신을 포함한) 인간들을 그토록 괴롭혀도 되는 걸까 싶다. 아내와 자식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떠나고, 자기를 구해준 남자에게서는 아내를 빼앗으며, 늙어서는 열일곱 살짜리 원주민 여자와 살림을 차린다.그리고 이 모든 것이 예술을 위한 헌정이라고 한다. (주의) 이 책을 끝까지 읽으려면 필자가 극단적으로 여성을 멍청하고 이기적이며 속물적인 캐릭터로만 등장시킨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예를 들면, 이런 류의 묘사나 대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여자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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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달콤 쌉싸름한 초콜릿_(라우라 에스키벨)_민음사[읽은 책들] 2020. 11. 10. 01:44
세계문학전집 108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라우라 에스키벨 권미선 옮김 책의 배경은 나를 멕시코 추억에 젖어들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책을 이집트에서 읽게 되었다. 프리다이빙을 배우겠다며 피라미드도, 스핑크스도 보지 않고 다합에 도착한 나는 바보같이 첫날 밤 발을 헛디뎌 왼쪽 둘째 발가락을 다섯 바늘이나 꿰매고 말았다. 다이빙은커녕 40도의 뜨거운 열기에 잘 걷지도 못했다. 쩔뚝거리며 집 앞마당에 나가 읽은 책 중 하나가 바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다. 여러 종류의 요리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착각이 든다. 다시 멕시코로 날아가 멕시코 음식을 먹으면서 이 책을 읽고 싶다. 음식과 사랑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멕시코로 여행을 갈 예정이거나 멕시코를 여행 중이라면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