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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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요?[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7. 4. 16:09
우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요? 흔하디 흔한 플러팅 멘트 아니던가? 왜 이 말이 교장선생님 입에서 흘러나오는지 멍할 따름이다. 코시국 처음 우리 학교에 부임하신 교장선생님께서는 항상 마스크를 쓰고 계셨기에 -물론 나도 그렇다- 서로의 얼굴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분의 목소리만큼은 귀에 익어 어디서 들어본 것인지 생각해내려 했으나 실패한 참이었다. 게다가 교장선생님은 급식실에서 나를 완전히 다른사람과 착각하지 않았는가. "황은 어디다 두고 혼자 와서 밥을 먹어?" 나를 행정실 직원으로 착각한 탓이었다. 물론 기분은 아주 좋았다. 나와 착각한 그 직원은 20대 중반의 꽃다운 아가씨였으므로.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20대로 착각받을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기에 더 기뻤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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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민주주의와 독재 그 사이[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4. 8. 12:15
**이 글은 인디스쿨의 그림같이 선생님으로부터 주제에 대한 영감을 받아 쓴 글입니다. 3월은 기합이 들어있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긴장하고 서로의 선을 살핀다. 특히나 6학년은 지난 5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휴화산을 활화산으로 만들지 않을지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을 지닌 상태이다. 눈빛이 오간다. 소리 없는 메아리가 울린다. '여기까진 괜찮은가요?' '안돼. 돌아가.' 6학년 1학기는 정치와 삼권분립에 대해 처음 배우는 시기이다. 이전까지 아이들은 다수결이 절대 선이자 진리인 줄 알며, 가위바위보가 최선의 문제 해결 방식이라 생각하는 사람처럼 군다. 그러다 삼권분립에 대해 배우고 난 뒤에 의문의 물음표를 띄운다. 우리 교실의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전부 우리 담임이잖아? 독재 아닌가?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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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자질] 늘어난 능력치와 줄어든 능력치/ 강점과 약점에 대하여.[끄적끄적 생각노트] 2021. 12. 15. 19:15
교사의 자질에 관하여 사회적으로 응당 교사라 하면 생각하는 정해져 있는 틀이 있다. 그 틀에 꽤 잘 몸을 욱여넣은 사람으로서, 어떤 부분이 깎여나가고 어떤 부분이 채워졌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교사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능력치가 어디서 넘치고 어디서 부족한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글로 남긴다. 공감능력 교사 이전의 삶을 돌아보았을때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스탠스는 '그럴 수 있지'였다. 좋게 말해 그 정도고 실제로는 '그러거나 말거나 나한테 피해 안 주면 지인생'이라는 마음이 강했다. 그런데 우리 교실에 앉아있는 아이들을 위해 공감능력을 키운 축에 속한다. 이제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아이에게 눈물지어줄 줄 알게 되었으며, 소외되어 있는 아이를 위해 먼저 다정하게 포용해줄 수 있다. 평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