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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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ㅡ김연수 소설카테고리 없음 2023. 8. 30. 11:06
한 사람을 위한 쓸모는 무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내게는 쓸모없는 것들이 넘처납니다. 서로 마주보고 서 있다가 갑자기 웃음이라도 터진 것처럼 앞다퉈 꽃을 피우던 두 그루의 벗 나무가 있는 석춘호수의 잔물결, 연신 불어대는 겨울바람에 질렸다는 듯이 하얗게 김이 서리던 연남동 길모퉁이 오뎅가게의 네모난 유리창, 서늘한 바람이 부는 평일 저녁 동피랑 마을에서 내려다보던 강구안 주변의 반짝이는 불빛들, 뷔페를 먹으러 가는 중국 관광개들로 가 득한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던 곽지과물의 아침 바다......영원히 흔들리고 출렁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이 모든 것들도 당신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처럼 내 안에는 당신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 들, 아무런 쓸모도 없는 말들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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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서평] 외로움에 대하여(김연수 '소설가의 일'을 읽고)[끄적끄적 생각노트] 2022. 6. 23. 21:35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가 닿을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가 닿으려고 노력할 때, 그때 우리의 노력은 우리의 영혼에 새로운 문장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건 우리의 노력과는 무관한 일이다. 하지만 이해하느냐 못하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리의 영혼에 어떤 문장이 쓰여지느냐는 것이다. - 김연수 [소설가의 일] 148p 에서 발췌 상대방의 마음에 내가 가 닿기를, 상대가 내 마음에 와닿기를 바라며 의미를 찾고 신호를 보내지만 완벽하게 그 사람이 된다 하여도 결국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러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착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