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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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도둑맞은 가난_박완서(민음사, 1983)[읽은 책들] 2021. 5. 26. 16:29
[들어가며] 처음 이 책을 접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문학 담당 선생님이 맛깔나게 이 책의 한 장면을 소개해 주었다. 가난마저 도둑맞아버리면 이이에게 남아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짧지만 강렬한 찝찝함과 기분나쁨에 몸서리쳤던 것이 기억난다. 인간은 이렇게나 추악해서 가난마저 사버리는구나. 박완서 작가는 도둑맞은 가난보다 자전거도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로 더욱 유명하지만 나는 수작은 바로 이 도둑맞은 가난이라고 생각한다. [발췌] 내 방에는 이미 가난조차 없었다. 나는 상훈이가 가난을 훔쳐갔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분해서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러나 내 가난을, 내 가난의 의미를 무슨 수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수명이 다 돼 침침한 20촉짜리 형광등 밑에서 그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