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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에세이 살고싶다는 농담카테고리 없음 2023. 9. 20. 11:05
삶이란 버티어내는 것 외에는 도무지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마음속에 끝까지 지키고 싶은 문장 하나씩을 담고, 함께 버티어 끝까지 살아냅시다. 이길게요. 고맙습니다. 이길게요'의 마지막 모음이 동그랗게 말린 입술 끝에서 아 직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나는 벌써 침상 위에서 방금 분명히 잠들었던 것 같은 고양이 마냥 펄떡거리고 있었다. 아팠다. 모르핀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질게요! 질게요! 질게요! 질게요! 질게요! 어찌 됐든 내가 얼마 나 아팠는지에 관한 이야기 따위를 하려는 건 아니다. 18페이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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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카테고리 없음 2023. 9. 10. 10:02
같이 있으면 비가와도 한우산을 쓸 수 있어 좋고 차가 막히면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아져서 좋고 새로운건 새로워서 좋고 익숙한건 익숙해서 좋은 그런사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깨닫게 해주는 사람 더 나은 관계를 만들수 있는 중요한 대화를 하고 대립 뒤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어 내게 올바른 갈등 해결을 보여준 사람 건강과 내적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매일 소소한 간식거리를 챙기고 밤늦도록 심심하지 않게 전화하며 고맙다는 말에 오히려 당연하다고 말할줄 아는 따뜻함 깨방정과 춤추기 헛소리가 귀여운 사람 행운이 나에게 오기까지 고통이 너무나 쓰렸기에 더욱 소중한 지금 내가 나로 숨쉬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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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잠 시사회 후기(스포없음)카테고리 없음 2023. 9. 4. 08:14
지난 8월 말 영화 잠 시사회를 다녀옴. 간단 후기. 1. 소리가 공포스러움 뭐대단한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소리가 갑자기 들린다거나 기괴한 소리가 나서 혹은 큰 소리가 나서 무서운 경우가 많다. 생활 속에서 공포를 느낄 만한 소리들이 무섭게 느껴진다 2. 색감이 공포스러움 샤머니즘 빨간색이 부적이 그리고 피가 공포스러움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무섭지는 않음 각잡고 만든 공포 영화라기 보다는 우리의 일상과 관련된 것들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인 듯 참고로 나는 공포영화 같은건 절대 안 보는 사람인데 이 영화는 깜짝 놀라는 정도이고 공포 영화 라고 규정하고 단정 짓기에는 조금 어려운 면이 있는 듯 우울한 쪽에 가까운.. 별점 ⭐️⭐️⭐️ 내돈주고보면 빡칠듯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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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ㅡ김연수 소설카테고리 없음 2023. 8. 30. 11:06
한 사람을 위한 쓸모는 무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내게는 쓸모없는 것들이 넘처납니다. 서로 마주보고 서 있다가 갑자기 웃음이라도 터진 것처럼 앞다퉈 꽃을 피우던 두 그루의 벗 나무가 있는 석춘호수의 잔물결, 연신 불어대는 겨울바람에 질렸다는 듯이 하얗게 김이 서리던 연남동 길모퉁이 오뎅가게의 네모난 유리창, 서늘한 바람이 부는 평일 저녁 동피랑 마을에서 내려다보던 강구안 주변의 반짝이는 불빛들, 뷔페를 먹으러 가는 중국 관광개들로 가 득한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던 곽지과물의 아침 바다......영원히 흔들리고 출렁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이 모든 것들도 당신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처럼 내 안에는 당신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 들, 아무런 쓸모도 없는 말들이 가득..